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반복적인 작업에 대해 생각하던 것이 있습니다. 반복 작업이 수백 건 해야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요. 일하는 움직임에 단 한 번이라도 반복이 있으면 제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대상인지 항상 생각하면서 일하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반복적으로 한문 쓰는 숙제를 빠르게 하려고 한 획씩 전부 그어서 빠르게 하고 필요하면 공책 방향도 돌려서 쓰곤 했는데요. 이를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은 없어요
이 작업은 텍스트를 복사하고.. 검색하고.. 스크롤을 내려서 클릭하고.. 붙여넣고.. 아마 2시간 정도 걸리겠네, 음악 들으면서 반복..
작업에 얼마나 리소스가 사용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일하는 방법이 다 정해진 것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이 작업이 필요한 것이었는지..
손가락과 눈동자처럼 아주 작은 단위까지 작업 동선의 모든 부분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 유사한 패턴을 끊임없이 찾고, 불편함을 찾아냈다면 다음 반복 순서에서는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해야 합니다.
자동화, 업무 도구 개발..?
업무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물론 다방면에 경험과 지식을 갖추면 효율적으로 일하는 솔루션에 대한 키워드가 떠오를 수도 있고, 각자 역량에 따라 개발하고 업무용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 점점 퍼져나가고 너무 큰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반복 업무를 개선하자고 1년짜리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곧 포기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작은 개선을 위한 고민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작은 발명
아는 것과 효율의 비례 정도는 얼마나 창의적으로 사고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효율이 손가락 속도에서 나오는 것도 아닐겁니다. 한문 숙제를 풀어내듯 나의 피로를 줄이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을 하고 그 자체를 즐겨야 합니다.
개발자는 브라우저 개발자도구에서 간단하게 내 편의를 위해 데이터를 교정하거나 추출하는 스크립트를 짜서 실행해볼 수도 있습니다. 일부 요소를 제거해서 거리를 단축할 수도 있고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니 코드의 형식이나 성능은 필요 없어요.
개발자가 아니어도 작게 발명할 것들은 많습니다.
엑셀에서 텍스트 데이터의 포맷을 변환한 후 복사하면 좀 빨라질까요. 엑셀 시트 확대 비율에 따라 내 손이 좀 더 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브라우저 탭을 띄운 순서와 배치도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해보죠. 링크를 누를지 새 탭으로 열지에 대한 결정도 고민도 필요합니다.
작업 중 눈동자나 목의 움직임이 너무 크다면 화면 사이즈를 줄이거나 창을 가깝게 좁혀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손가락이 너무 멀리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키보드 방향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단축키를 떠올려볼 수도 있어요. 이런 단축키는 아마 있지 않을까? 생각날 때마다 한번 검색해보는 것이 일을 빨리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것을 가이드로 정리할 필요는 없고 누구한테 알려줄 필요도 없으니 그게 좀 어설프고 우스워 보여도 문제없지요..
좋은 게으름
우리가 오랜시간 공들여 만든 작업을 상사나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야하고 이것이 반복될수록 정신은 피폐해 집니다. 변경 작업이 복잡할수록.. 그런데 피드백은 이미 누군가의 머리속에서 완성되어 전달되는 거죠. 그걸 반영하는 일에는 단순 노동도 꽤 많습니다.
만약 몸이 움직이는 모든 부분을 최소화한다면? 5초 걸릴 일을 1초로 단축한다면요. 우리 멘탈은 더 보호받을 수 있겠네요. 아마 일의 핵심을 짚어내는 데 투자할 시간도 늘어날 것입니다.
좋은 게으름에 의해 필연적으로 업무의 핵심 목적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 모두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안도 떠오를 거에요. 조금 머리가 고생하긴 해도 몸이 편하려면 더 게을러져야겠습니다.